아마란스(Amaranthe) 5집, Helix 앨범 리뷰

2018. 11. 10. 02:23정보글 모음/음악, 대중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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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집때부터 꾸준히 특유의 대중지향적인 행보로 장르논쟁, 음악성 논쟁을 불러일으키면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스웨덴의 메탈밴드 아마란스(Amaranthe)의 5집, Helix가 10월 19일 발매되었습니다.






지난 번에 선공개곡 '365'이 나왔을 때 프리뷰를 했었는데(링크) , 이 곡만 가지고는 이번 앨범의 색깔이 어떨지 알기 좀 모호했었는데, 'Countdown'과 'Inferno', 두 개의 곡이 더 공개되면서 좀 더 이번 앨범의 스타일이 명확히 드러난 것 같습니다.





두 번째 뮤직비디오로 나온 'Countdown'은 3집, 'Massive Addictive'의 타이틀곡인 'Drop Dead Cynical'의 연장선 느낌의 신나는 리듬과 아마란스 특유의 대중적인 훅이 돋보이는 곡입니다. 


4집 앨범의 선공개곡 'That Song'에서 여성보컬인 엘리제(Elize)가 무려 백댄서들과 함께 나와 안무를 하는 파격적인 씬이 나왔었는데, 이번 'Countdown'은 백댄서와 함께 나오지는 않지만 빨간색 옷을 입고 독무를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다만 'That Song'은 (노래가 아니라 뮤비와 안무 스타일이) 스트릿한 걸스힙합 스타일이였다면 이번 곡은 욕조씬, 독무장면 등 섹시한 이미지를 뮤비 전반적으로 많이 드러내고 있네요.





라인을 많이 강조한 듯한 안무. 누가 짰는지 새삼 궁금해지네요.





앨범 발매 전 마지막으로 공개된 'Inferno'는 'Countdown'의 느낌을 대체로 이어나가고 있으나 시원시원한 훅보다는 좀 더 파워를 강조한 스타일입니다. 노래 초반부터 고음으로 쏘아붙이는 엘리제의 보컬과 브루털 보컬담당인 헨릭 엥룬드(Henrik Englund)의 랩을 하는듯한 보컬이 교차하는 Verse 부분이 마음에 듭니다.


다만 후렴부분의 멜로디가 에드 시런의 'Shape of You'와 비슷하다는 얘기가 많습니다. 장르도 다르고 비슷한 부분 이후의 전개는 달라서 완전 똑같다 그런 느낌은 아닌데 음 자체는 확실히 비슷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비슷한 부분이 길지가 않아서 '에드 시런이랑 좀 비슷한거 아니야?ㅋㅋ' 정도 수준으로 많이 문제시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지난 번 프리뷰 때 언급했던대로, 이번 앨범은 아마란스의 공동창업자 중 하나인 남성 보컬, Jake E의 탈퇴 및 그를 대신하는 보컬인 닐스 몰린 Nils Molin(위 사진의 오른쪽 아래분) 영입 이후의 첫 앨범입니다. 그런만큼 보컬 구성에 있어서도 변화가 있고 전반적 음악적 색채도 이전 앨범과는 또 다른 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바로 전 앨범인 4집, 'Maximalism'이 팝에 메탈 색채를 섞은 수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말랑말랑한 분위기였다면, 이번 앨범은 전작의 분위기를 일신하고 기타와 드럼을 강조하고 각종 전자음들이 양념쳐져서 고막을 쉴새없이 자극하는 사운드가 이번 앨범의 전체적인 분위기라 할 수 있습니다.


4집부터 본격적으로 트랜스 사운드가 전면으로 나오기보다 양념수준으로 완화되는 양상을 보였는데, 4집은 애초에 곡들이 대체로 얌전해서 그것이 크게 티나지 않았다면, 이번 5집은 곡들은 세졌는데 전자음은 후퇴해서 기타와 드럼이 좀 더 강조되게 들리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두번째 특징은 기존의 아마란스 앨범과 달리 확 꽃히는 훅이 좀 약해졌다는 것. 리듬감과 사운드의 질감에 좀 더 치중하다보니 멜로디도 전자음과 마찬가지로 약간 뒤로 물러나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이러한 형식은 유러피안 메탈보다는 아메리칸 메탈의 특성에 더 가까운데 아무래도 북미쪽으로 계속 시장을 확대해가려는 전략의 의도에서 그렇게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어쨌든 그래서 그런지 이전의 앨범에 비해 시끄럽긴한데 정작 멜로디는 확 들어오지는 않는 낯선 느낌이 첫번째로 모든 트랙을 돌려본 후의 감상이였습니다. 저야 아마란스를 알고 듣게된지 얼마 안되어서 갑자기 실망했다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지만, 어디선가는 또 '이도저도 아니다.' 라며 대차게 까이는게 아닌가 하는 예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해외의 각종 리뷰들을 보면 의외로 전작에 비해서 호의적인 평이 많아진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전작은 이것이 과연 메탈의 범주로 봐야하는가 수준으로 스탠다드에서 벗어나 있었지만, 이번 앨범은 그렇지 않은 이유도 있겠지요.)





하지만 두세번 들으면서 이번 앨범에서 의도한 포인트를 몇 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 중 하나로 먼저 브루털 보컬의 비중이 확 늘어난 것을 들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멤버 변화로 조금 예상할 수 있었던 점입니다. 이전에는 남성 보컬 Jake E가 창립멤버였기 때문에 비록 많은 사람들에게 존재감이 약했더라도 곡을 쓸 때 그의 비중을 무시하기 어려웠겠습니다. 그러다보니 발라드나 일반적인 보컬이 좀 더 강조된 곡에서는 브루털 창법담당인 헨릭이 아예 곡에서 빠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이크 E가 탈퇴한 이후에는 엘리제가 원년멤버로 헨릭이 기존 멤버로 위치가 격상하고 그리고 제이크 E 자리를 대신한 남성 클린 보컬 닐스 몰린이 신참 멤버가 되기 때문에 아무래도 기존 멤버인 헨릭이 좀 더 부각될 수 있는 스타일로 곡을 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든 그래서인지 이번 앨범에서 브루털 보컬은 클린 보컬을 보조하는 역할이 아니라 벌스 부분에서 엘리제 또는 닐스와 대등한 비중을 갖는 곡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특징은 그 전에도 헨릭이 전임 브루털 보컬인 안드레아스(Andreas)와 차별화되는 포인트였지만, 빠른 가사전달 스타일이 강조되서 마치 랩을 하는 듯한 느낌을 많이 주고 있는데, 이번 앨범의 강렬한 사운드와 잘 어울리고 속도감을 살려주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GG6'라는 특이한 제목의 곡은 제목 뿐만 아니라 곡 구성에서도 실험적인 면모가 많이 보이는데, 당당히 메인을 차지하고 있는 헨릭의 파트는 랩 수준의 속도로 딜리버리를 보여주고 있고, 깔려있는 반주는 사운드는 메탈인데, 하드코어쪽 느낌도 나고 메탈로 힙합 MR을 만든 것 같은 리듬감이 있습니다. 랩이나 브루털 창법을 다 썩 좋아하지 않는 저인데도 너무 특이해서 저는 'Helix'와 함께 가장 마음에 드는 트랙으로 이 곡을 꼽고 싶네요.




그리고 두 번째로는 '대중적인 멜로디'의 측면인데요. 아마란스는 항상 대중성을 거의 최우선으로 한 밴드이기 때문에 이번 앨범에서 아마란스는 현 시점에서 '대중적인 멜로디'가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보입니다. 


그 동안 아마란스의 대중적인 멜로디로 지지를 받았던 전통적인 스타일의 곡, 'Hunger', 'The Nexus'와 같은 것들은 파워메탈의 스타일을 받아들인 것이였습니다. 하지만 메탈은 제쳐두고서라도 요즘 대중적으로 유행하는 스타일은 힙합이나 EDM같은 멜로디보다는 비트나 사운드가 강조된 것들입니다. 그게 아니라도 요즘 유행하는 멜로디는 락 스타일과는 한참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오히려 90년대 많이 쓰였을 법한 머니코드의 향기가 짙게 나는 멜로디 중심의 노래는 옛날 노래같다거나 심지어는 오그라든다는 반응까지 나올 지경에 이르렀지요.


그런 현 상황에서 파워메탈에서 많이 통용되는 '대중적인 멜로디'는 메탈 리스너에게는 굉장히 대중친화적이게 들릴지 몰라도 2010년대의 일반적인 대중에게는 낯설지 않고 어렵지는 않지만 아주 세련된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는 한계점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 앨범에서 멜로디가 좀 약하다 싶은 느낌을 주는 것은 파워메탈 스타일의 멜로디에서 벗어나 좀 더 요즘 유행하는 장르의 문법을 받아들이고자 하는 어느정도 의도된 사항으로 조심스럽게 짐작하고자 합니다.



이렇게 최대한 아마란스의 입장에서 인상적이거나 좋은 점들을 써보았는데,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면 새로 들어온 남성 보컬에 관한 것입니다. 현재 보컬은 솔로 파트의 경우 곡에 잘 어울리는 반면, 엘리제와 함께 부르는 파트에서는 목소리의 합이 전임 보컬인 제이크 E보다는 부족한 느낌이 나고, 후렴파트에서 존재감이 잘 살아나지 않아 엘리제 솔로파트처럼 들리는 경우가 많은 것이 좀 아쉬웠습니다.


아마란스 음악에서 마음에 들었던 점 중 하나는 후렴파트에 따로 코러스를 인위적으로 빵빵하게 넣지 않아도 엘리제와 제이크 E가 함께 부를 때 배음이 워낙 좋았던 것이였습니다. 제이크 E가 허스키한 미성이라 솔로파트에서 존재감은 좀 약했지만, 오히려 미성인 점 때문에 엘리제의 음높이에 잘 맞춰줄 수 있어서 섞여도 크게 튀지 않으면서 소리를 풍부하게 해주는 장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좀 더 날카롭고 톤이 약간 낮은 이번 보컬은 엘리제와의 합이 이전보다는 약하다 생각되고 그 때문에 이번 앨범에서의 존재감도 좀 낮아진 것 같습니다.


이 점은 그가 탈퇴하지 않는 한 계속되는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이 두 보컬을 잘 융화시켜갈 것인가가 앞으로의 숙제가 될 것 같네요.






생각보다 글이 좀 길어졌는데, 전체적인 감상으로는 '멜로디보다는 리듬감, 그리고 헨릭의 랩 스타일의 브루털 보컬이 더 인상적인 앨범이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아마란스 특유의 듣기 편한 대중적인 요소는 간직하고 있어서 스타일의 변화가 낯선 점이 있으면서도 또 익숙하게 들리기 때문에 이 앨범을 조금 아쉽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도 아주 못듣겠다 그러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계속 달라진 점만 얘기했는데 물론 이전의 앨범(1,2집보다는 3,4집 스타일에 가깝긴 하지만)에서 볼 수 있었던 멜로디가 인상적인 곡들도 물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Countdown'이라든가, 앨범명과 동일한 제목의 'Helix'도 멜로디가 괜찮습니다. 그리고 'Dream'과 'Unified'는 이전의 발라드 곡보다 좀 더 거칠고 스타일도 좀 이질적이긴 하지만 나름 괜찮고 세 보컬의 역량이 균형있게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번 5집을 통해 이전 반응이 좋았던 1,2집의 모습과는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확고히 하였지만, 이전과는 또다른 방향에서 대중성과 타협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어서 앞으로 또 어떤 방향으로 아마란스의 개성을 보여줄 지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