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ulenc, Nocturnes No. 7, 풀랑 녹턴 7번 연습일지 - 1

2022. 6. 19. 16:35정보글 모음/피아노 연습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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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출처 : 위키피디아>

 

재작년 정도부터 클래식 음악을 오랫만에 다시 들어보면서,

피아노를 다시 쳐보고 싶어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피아노 클래식곡들을 연습하고 있는데요.

 

유튜브를 막 검색해보니 그 전에는 잘 몰랐던 음악가의 좋은 곡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특히 드뷔시와 그 이후의 현대음악 시대에 속하는 곡들을 새로 발견했는데,

현대음악이라고 하면 난해하고 실험적인 곡들만 있다고 생각한 것과 다르게

실제로는 오히려 베토벤, 모차르트, 쇼팽 시대보다 좀 더 요즘 시대에 스타일에 가까운 듣기 편한 곡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곡들이 다들 좋아서 욕심내서 이 곡 저 곡 악보 다운받아서 연습해보고 있는데,

한 곡에 집중을 못하다 보니 아직 제대로 그럴싸하게 완성된 곡이 없다는게 문제네요.

 

그래서 되도록이면 3분 이내로 짧은 가성비 좋은 곡들 위주로 레퍼토리를 만들어보고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프랑시스 풀랑(Francis Poulenc)의 녹턴(Nocturnes) 7번 곡입니다.

 


 

프랑시스 풀랑(Francis Poulenc)에 대한 짧은 소개

 

 

프랑시스 풀랑(Francis Poulenc, 1899~1963)은 20세기 전반부에 활동했던 프랑스의 음악가로, 프랑스 색채가 묻어나는 가볍고 편안한 분위기의 곡을 주로 썼던 사람으로 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신고전주의의 영향을 받아 특이한 실험정신보다는 좀 더 전통적인 음악 형식을 따르는 모습을 보이지만, 바모베(바흐, 모차르트, 베토벤) 시대보다 100년 이상 지난 1900년대에 활동했던 만큼 좀 더 현대적인 감성에 부합되는 멜로디와 스타일로 기존 클래식과는 다른 색채의 음악을 들려주는 곡들을 많이 썼습니다.

 

이 당시 프랑스 파리는 낭만주의를 넘어서 프랑스 스타일의 현대음악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드뷔시, 라벨 등 인상주의 음악, 그리고 기존의 클래식 음악계와를 궤를 달리하는 미니멀한 음악으로 독자적인 길을 걷고 있던 에릭 사티(Eric Satie) 등 장르가 다변화되고 있었는데, 프랑시스 풀랑은 역사와 전통이 있는 음악원에 들어가지 않고 괴짜라고 소문난 에릭 사티로부터 작곡을 배워서 그런지, 'trois mouvements perpétuels'(세 개의 무궁동)과 같은 가볍고 단순함의 미학이 돋보이는 초창기 곡들은 클래식의 엘리트스러운 느낌이 아닌 에릭 사티의 음악과 같은 자유로운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프랑시스 풀랑은 프랑스 6인조(Les Six)의 한 명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1920년에 음악 비평가 Henri Collet가 당시 촉망받는 프랑스의 젊은 음악가 6인을 꼽은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사실 이 6명이 서로 대단한 친분이 있거나 작업을 함께하고 있던 건 아니지만, 이 '6인조'라는 명칭이 클래식 애호가와 대중들에게 뭔가 그럴듯하게 받아들여졌는지, 일종의 프로젝트 그룹처럼 취급되어서 이따금씩 공연이나 작업을 했었다고 합니다.

 

1930년대에 30대에 접어들면서는 예전보다 좀 더 차분하거나 종교적인 음악들을 작곡하기 시작했는데, 그렇다고 듣기 좋은 멜로디 짓는 감각은 어디간 건 아니라 여전히 좋은 음악들을 만들었습니다. 아래의 녹턴도 그렇고, 15개의 즉흥곡 중 마지막 곡인 프랑스의 샹송 가수 에디프 피아프(Edith Piaf)에 대한 헌정곡도 상당히 좋은데, 멜로디가 대중적이여서 뉴에이지 피아노 음악과 사실상 구분이 가지 않는 수준입니다.

 

제가 이번에 연습하는 녹턴(Nocturne)도 1929년에서 1938년 시기에 만들어졌고 총 8개의 곡이 있는데, 야상곡()이라는 우리나라 말처럼 밤에 잔잔하고 듣기 좋은 감상적인 멜로디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프랑시스 풀랑의 녹턴 7번

 

 

녹턴 7번은 곡 길이가 2분이 약간 안되는 짧은 곡으로, 시작 부분의 멜로디가 너무 좋아서 연습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길이도 길지 않은데 곡 구조도 시작 부분의 주제 멜로디가 살짝씩 변형되면서 반복되는 구조라 연습의 가성비도 좋기도 하고요.

 

요즘의 뉴에이지보다는 좀 더 고전스럽고 전통적인 클래식 곡보다는 가벼워서

연주할 때도 좀 더 귀에 잘 띌 수 있을 것 같은 곡입니다.

 

 

 

이제 악보를 찾아야되는데, 다행히 무료 악보검색 사이트인 'IMSLP'에 녹턴 악보가 있었습니다. 7번 말고도 1번부터 8번까지 전부 수록되어 있더군요.

 

IMSLP에서 제공하는 악보는 무료다보니, 서점에서 판매되는 잘 편집된 악보가 아니라 상당히 오래전에 만들어진 불친절한 것들이 많습니다. 대표적으로는 손가락 번호가 기재된 것이 거의 없어서, 저 같은 취미생이 참고하기 좀 까다롭니다.

 

어쨌든 PDF 파일을 열어서 초견으로 일단 한 번 쳐봅니다.

 

그냥 귀로 들었을 때 이 정도면 쉽게 치겠는데? 싶었는데 막상 치려고 하니 생각보다 숨어있는 음도 많고 손가락이 자꾸 꼬이는 구간의 의외로 많았습니다. 생각보다는 평이한 곡은 아니였네요.

 

그래서 악보에 손가락 번호랑 이것저것 유의사항들을 적어놓으면서 연습을 해야겠다 생각했는데, 이 때 이미 필요없다고 팔아버린 아이패드용 애플 펜슬이 생각났습니다.

 

 

아 그 때 팔지말고 그냥 가지고 있을 걸

 

 

그래서 부랴부랴 애플 펜슬을 다시 당근마켓으로 중고로 사서 아이패드에다가 열심히 노트를 해보았습니다.

 

 


녹턴 7번의 연습 포인트

 

첫 페이지 음들을 한 부분씩 쳐보면서 어떤 음을 어떤 손가락으로 쳐야 손이 안꼬이고 편하게 쳐지는지 확인해가면서 손가락 번호를 하나씩 적어 놓았습니다. 이렇게 적어놓아야 다음번에 연습할 때도 똑같은 패턴으로 연습이 된다고 합니다. 곡을 거의 완벽하게 치고 나서는 몸이 기억하지만 초창기에 연습할 때는 아직 손에 익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눈으로 보고 정해진대로 치지 않으면 계속 순서가 바뀌어서 제대로 연습이 되지 않습니다.

 

두 번째로 난관이 마지막 줄에 왼손에 10도를 뛰는 부분이 있는데, 이 위치가 자꾸 페달 놓았다가 다시 누르는 타이밍이 잘 연결이 안되서 소리가 뚝 끊기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손이 큰 사람이라면 '레'와 한 옥타브 위의 '파'를 손을 떼지 않고 바로 연결할 수 있지만, 손 크기가 어중간한 저는 9도까지는 안정적으로 벌어지는 데 10도 부터는 손을 안떼고 치려고 하면 자꾸 다른 음이 같이 눌리는 일이 많아서, '레'를 치고 손을 살짝 뗐다가 '파'를 쳐야했습니다.

 

그런데 저 '레'를 치는 부분이 페달을 새로 밟아야 하는 타이밍인데, 페달을 밟기 전에 '레'를 눌렀던 손을 떼는 순간 페달이 안 밟아져있어서 소리가 뚝 끊기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저 부분은 반드시 붙여서 한 덩어리로 쳐야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반드시 '레'에서 '파'로 건너뛰기 위해 손을 떼기 전에 그 짧은 찰나의 시간에 페달을 밟아줘야 했습니다.

그래서 그 부분은 특별히 유의해야 해서 '페달조심'이라는 문구를 적어놓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곡을 치면서 컨셉을 어떻게 가져가야할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습니다.

 

기본적으로 풀랑은 신고전주의 영향을 받는 작곡가라 좀 더 감성적인 낭만주의 음악보다는 정박에 일정한 소리를 내는 고전주의 음악 스타일로 치는 게 좀 더 맞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하지만 곡의 멜로디는 되게 감성적인데, 너무 무미건조한 고전주의 스타일로 치면 곡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살리지 못할 것 같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 곡을 연주한 버전을 몇 개 들어보고, 인터넷으로 이 녹턴의 연주에 대한 해설자료 같은 것을 찾아봤습니다. 외국인이 이 녹턴 연주 가이드라는 논문같은 것을 쓴 자료가 있어서 읽어봤는데, 풀랑은 낭만주의 음악에서 자주 사용되는 루바토 같은 것들을 별로 안좋아하고 페달을 너무 많이 쓰질 않길 원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논문의 저자의 글을 좀 더 보면 풀랑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실제로 연주할 때는 약간 낭만주의 스타일을 가미해서 완급조절이나 강약조절들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전체적으로는 고전주의 스타일을 메인으로 가져가되 몇몇 필요한 부분에서 완급조절을 섞자는 것입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완급조절을 해야할 지는 좀 더 곡을 들어보고 쳐보면서 찾아야 할 부분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