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하게 갔다올 수 있는 경치좋은 한라산 속성코스, 영실탐방로와 윗세오름

2020. 9. 30. 03:26우리나라 - 관광지 명소/제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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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까지 제주도는 겨울에 가면 볼 게 별로 없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했는데,

작년 초에 나혼자산다에 최강창민이 겨울에 제주도가는 편을 잠깐 보니까 제주도 한라산의 설경이 너무 멋있어서 겨울에도 제주도 여행이 괜찮겠다 싶더군요.

 

그래서 올해 초 겨울에 제주도 여행을 가게되었는데, 그 때 나혼자산다에 나왔던 곳을 검색해보니 바로 한라산 영실계곡(영실탐방로)였습니다.

 

 

요즘은 산에 가면 무릎이 좀 쑤신 것 같아서 산 코스를 썩 반기지는 않는데, 영실계곡은 현재 백록담으로 갈 수 있는 길이 막혀있다는 점을 빼면, 강한 체력과 대단한 산행준비 없이도 일반인 누구나 한라산의 멋진 풍경을 반나절이라는 짧은 시간에 보고올 수 있어서 굉장히 좋았고, 다음에 다른 계절에 또 가보고 싶은 곳이였습니다.

 

 

 

 

영실계곡(영실탐방로) 코스 안내


 

한라산 영실탐방로 코스는 한라산 정상으로 가는 5개 코스 중 하나로, 한라산 서쪽 1100고지 부근에서 시작해서 백록담 남쪽의 남벽분기점까지 이어지는 8.2km 길이로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영실탐방안내소에서 영실휴게소까지 2.4km는 차로 올라갈 수 있는 도로가 있고, 남벽 분기점까지 가지 않고 윗세오름까지만 가도 한라산 정상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한라산의 완전 정상인 백록담으로 가기 위해서는 관음사와 성판악 코스 2개만 가능합니다. 영실탐방로를 포함한 어리목, 돈내코 코스는 남벽분기점에서 백록담으로 가는 길이 통제되어 있어, 윗세오름이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입니다.

 

 

따라서 영실 휴게소에서 병풍바위를 지나 윗세오름까지 3.7km만으로도 한라산 정상 언저리까지 갈 수 있고, 높이도 영실 휴게소가 해발 1,280m, 윗세오름 대피소가 1,700m로 올라가는 높이도 500m가 채 되지 않기 때문에 난이도도 그리 높지 않습니다. 그리고 중간에 가파르거나 위험한 구간 없이 대부분 나무데크와 계단이 잘 닦여있는 것도 장점이구요.

 

 

 

<영실탐방로 코스 안내(출처 : 한라산 방문 안내 사이트)>

 

 

한라산 국립공원 사이트에 한라산의 각 코스 경로와 지도, 입장시간 등 각종 정보가 잘 나와있어서 방문 전에 한 번 참조하시면 좋을 듯 합니다. 위의 사진은 영실탐방로 코스 중간에 있었던 안내판인데, 세부 구간별로 색깔로 난이도가 표시되어 있습니다. 영실 탐방로 입구에서 병풍바위까지 빨간색으로 되어있는데, 실제로 경사가 급한 구간은 1.5km 전체는 아니고 200~300m 정도로 그리 길지 않아서 표기된 것보다 체감 난이도는 높지 않았습니다.

 

안내 사이트에 의하면 영실 탐방로는 14시까지 입장 가능하며, 윗세오름 대피소에서는 16시 부터 하산을 해야한다고 합니다.

 

 

www.jeju.go.kr/hallasan/info/info/realtime/course02.htm

 

영실탐방로 - 한라산국립공원

영실탐방로 (윗세오름 1시간30분, 남벽분기점 2시간30분) - 5.8Km 자세히보기 총 5.8㎞ [영실→윗세오름(3.7㎞)→남벽분기점(2.1㎞)] 영실탐방로는 영실관리사무소(해발1000m)에서 영실휴게소(해발1,280m)

www.jeju.go.kr

 

 

 

영실 휴게소 가는 길


 

영실탐방로(영실계곡 코스)로 가기 위해서는 1100고지 지나 제주와 서귀포를 잇는 1139번 도로를 이용합니다. 약간 구불구불한 산길을 계속 올라갑니다. 양옆으로 펼쳐진 숲 사이로 난 길이라 멋있었습니다. 최근에 눈이 내렸으면 설경이 멋졌을 것 같은데, 나혼자산다에 나와서 감탄했던 그 설경은 없어서 약간 아쉬웠네요. 

(대신 미끄럽지 않아서 오르기는 좀 더 편했다고 볼 수 있겠네요ㅎㅎ)

 

 

<MBC 나혼자산다 캡처>

 

나혼자산다에서 봤던 풍경은 바로 이랬었죠.

사실 요런 풍경을 기대했는데, 제주도는 눈이 와도 금방 녹아버려서

이런 설경을 볼 수 있는 날은 의외로 그리 많지 않다고 하네요.

 

 

 

 

1139번 도로를 가다보면 영실탐방로로 올라가는 길이 나옵니다. 도로 옆으로 인도가 있어서 원한다면 여기에서부터 걸어올라갈 수 있는데, 2km가 넘는 차로 가도 꽤 긴 거리라 대부분의 등산객은 여기는 차로 올라가고, 맨 끝에 영실 휴게소 주차장에 차를 대서 한라산 탐방을 시작합니다.

 

 

 

 

영실 휴게소에 도착!

주차장이 꽤 넓은데도 차들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겨울에도 한라산을 찾는 사람들이 꽤 많나봅니다. 여기에 주차를 하고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합니다. 

 

 

 

영실 휴게소에서 병풍바위까지


영실탐방로 초입부는 계곡으로 시작합니다. 나무와 풀들이 우거져있는 계곡인데도 다른 육지쪽 산과는 자생하는 풀들이 달라서인지 제법 다른 분위기가 났습니다. 영실계곡이 이미 1,280m의 고지인데도 계곡물이 얼어있지 않고 졸졸 흐르고 있어서 생각보다 푸르다는 느낌입니다.

 

 

좀 더 올라가다보면 그늘진 부분은 살짝 눈이 남아있네요.

 

 

 

완만한 흙길로 된 계곡을 지나다 영실 휴게소와 병풍바위 중간쯤 가면 본격적인 계단이 등장합니다. 이 부근이 영실 탐방로에서 가장 경사도 급하고 힘든 구간이였습니다. 그래도 계단이 잘 되어있고 바위를 오르거나 줄 잡고 올라가야하는 등 험하지는 않고, 여기만 넘어가면 크게 힘든 부분은 없어서 너무 겁먹지 않아도 됩니다.

 

 

 

힘든 구간을 지나고 나면 계곡을 지나 시야가 탁 트인 능선코스로 접어들게 됩니다.

 

오른편으로 바위가 길게 늘어서 있는데 영실기암 또는 병풍바위라고 합니다. 이 곳은 가을이 가장 아름답다고 하네요.

위로는 길고 긴 능선이 보이고 아래로는 서귀포까지 이어지는 제주도 전경과 여기저기 솟아있는 오름들이 보여서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한라산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한라산에는 까마귀가 여기저기 많이 보이는데, 심지어는 사람 다니는 길 바로 옆에도 아무렇지 않게 다닙니다. 

사람이 익숙해졌는지 전혀 겁먹지 않네요ㅎㅎ

 

 

 

 

병풍바위에서 정상 전 까지


 

병풍바위에서 윗세오름까지는 완만한 경사로 된 긴 능선을 올라갑니다. 오르락 내리락 하지 않고 일관되게 쭉 올라갑니다. 저 멀리 앞에 가는 등산객 행렬로 선명하게 보입니다.

 

 

 

앞으로 올라갈 길이 많이 남았지만 중간중간 반대편을 돌아보면 어느덧 많이 올라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시야를 좀 더 넓혀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한라산 아래로 수 많은 오름들을 볼 수 있습니다. 

말로만 듣거나 지도로만 평면적으로 보다가 실제로 눈으로 보니 제주도에 왜 오름이 많다고 하는 지 한 번에 이해가 갑니다. 그리고 날씨가 좋으면 멀리 서귀포 앞바다도 보일 것 같은데, 제가 간 날은 구름이 많이 껴서 바다까지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느덧 해발 1,600미터. 이제 윗세오름까지 100m만 수직으로 더 올라가면 됩니다.

주먹쥐고 팔뚝 내밀고 있는 것 같은 특이한 바위도 눈에 들어오네요~

 

 

 

 

비슷비슷한 능선코스를 지나면 바로 옆으로 급경사 벼랑이 있는 펜스가 쳐진 곳을 지납니다. 여기를 지나면 거의 경사없이 평평한 길이 나옵니다.

 

 

 

정상으로 가기 전 마지막 구간은 고도가 높아져서 나무들도 짧달막하고 겨울바람을 맞아 썩지않고 하얗게 색이 바랜 고목 등 일반적인 지상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한 식생들을 관찰할 수 있어서 색다른 경험이였습니다.

 

 

 

윗세오름 정상


작은 나무가 우거진 길을 지나다 어느덧 멀리 우뚝 솟은 봉우리가 보입니다.

 

 

 

 

한라산은 살면서 처음 가봤는데, 의외였던 점은 정상에 가까워지는데 오히려 주변 풍경은 초원지대처럼 평탄하다는 것이였습니다. 사진만 보면 전혀 저기가 산 꼭대기인 것 같지 않습니다. 가까운 곳에는 낮은 초목이 우거진 노란빛 벌판이 있고 멀리에는 백록담이 있는 험한 절벽이 대조를 이루는 모습이 우리나라 다른 지역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풍광이여서 왜 한라산이 좋다고 꼭 가보라고 하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진짜 좋다는 말과 감탄이 절로 나오는 풍경이네요.

 

 

중간에 갈림길이 나오는데 직진하면 노루샘터와 윗세오름 대피소로 이어지고, 오르막으로 가면 또 다른 오름 위의 전망대로 향합니다. 전망대까지 가기에 좀 허기가 져서 저는 전망대는 가지 않고 바로 직진하였습니다.

 

 

 

산이라기 보다는 고원같은 특이한 풍경이 그냥 대충 사진 찍어도 그림같이 나오는 멋진 곳이였습니다.

 

 

 

 

윗세오름 대피소


어리목 코스, 영실계곡 코스, 돈내코 코스 세 개 코스가 만나는 윗세오름 대피소는 쉬었다 가는 등산객들이 많았습니다. 

 

사실 산행을 해서 땀이 좀 나기도 하고 한라산 위에가 생각보다 춥지 않아서 외투벗고 가을 복장으로 다녀도 전혀 춥지 않았는데, 저희의 마지막 도착지인 대피소까지 오니 바람이 좀 차져서 다시 외투를 껴입었네요.

 

 

 

대피소 내부가 꽤 넓어서 간단하게 챙겨온 점심식사거리를 차려서 먹을 수 있었습니다. 따뜻한 물이 나오는 온수기는 있었던 것 같은데, 매점은 운영하지 않더라구요. 어렵지 않은 코스긴 하지만 그래도 오르내리는데 반나절은 소요되니 체력보충을 위해 컵라면이나 김밥, 샌드위치 정도는 챙겨가는 게 좋겠네요.

 

 

 

한라산 탐방 마무리


 

내려가는 길은 날씨가 더욱 흐려져서 구름이 산 허리를 감싸더군요.

아래로 펼쳐진 풍경은 볼 수 없었지만 대신 올라갈 때와는 다른 구름으로 가려진 신비한 풍경을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한라산은 그 동안 남한에서 가장 높은 산이라는 이름 때문에 처음에는 선뜻 가볼 생각을 못했던 곳이였는데,

등산로도 편하게 잘 정비되어 있고, 영실탐방로 같은 고지대에서 출발하는 코스가 있어서 생각보다 훨씬 편하게 갔다올 수 있어서 갔다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올라가는 시간은 2시간 정도, 왕복으로는 중간에 휴식 및 식사시간 포함해서 4시간 정도 소요되었구요.

특히 다른 산과는 다르게 폭설만 없다면 겨울에도 부담없이 갔다올 수 있는 점도 장점인 것 같습니다. 오히려 겨울에 가니까 그리 춥지 않은 제주도 날씨와 시너지를 일으켜서 더운 날씨를 매우 싫어하는 저 같은 사람은 선선하고 쾌적한 기분으로 오를 수 있었습니다.

 

여러모로 영실계곡, 영실탐방로는 누구나 갈 수 있는 한라산 속성 코스라 설명할 수 있을 것 같고, 

제주도에 여러 새로 생기는 좋은 관광지들이 있음에도 전통의 명소인 한라산은 한 번쯤은 가보면 좋겠다 말씀드리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