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6. 24. 23:24ㆍ외국여행/2019.02~03 - 프랑스 독일 26일
1. 소개
마레지구를 지나 BHV 백화점을 구경하고, 해질 무렵 파리의 유명한 서점 중 하나인 셰익스피어 컴퍼니 방향으로 향했습니다. 그 가는 중간에 시테 섬을 지나게 되면서 노트르담 대성당도 보게 되었습니다.
5년 만에 보는거라 반가운 마음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미 한 번 들어가 본 적이 있는 곳이라 밖에서만 대충 보고 지나갔는데, 그 이후 한 달이 지나고 화재가 나는 안타까운 일이 생겨서 얼마나 안타깝고 그 때 그냥 스쳐지나가기만 한 게 얼마나 아쉬웠던지요. 제가 실제로 가봤던 곳이 안좋은 일이 생겨서 그런지 더 큰 안타까움이 느껴졌습니다.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Shakespear & Company)가 있는 동네는 생 미셸(Saint Michel)이라고 하는데, 5년 전 파리 여행을 할 때 가장 마지막 날에 화장품 선물과 쇼핑을 위해 알게되어 간 곳인데, 그 동안의 박물관, 미술관을 시간 쫓기듯이 다니던 마음에 여유를 불어넣어준 아주 마음에 든 곳이였습니다.
그 때는 잘 모르고 시간이 얼마 안 남을 때 간거라 아쉬움이 남았었는데, 이번에는 저녁식사를 거의 이 동네에서 해결할 정도로 자주 찾아갔습니다. (숙소에서 RER C선으로 한 정거장 거리 밖에 안되는 교통이 편리한 점도 있었구요.)
그리고 마지막 날도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때문에 한 번 더 이 동네를 찾아갔습니다.
센 강 남쪽의 번화가인 생 미셸부터 소르본 대학 근처, 생 쉴피스 성당까지 생 제르맹 대로 부근은 적당히 번화하면서도 너무 사람들로 부대끼지 않고, 너무 관광지스럽지 않으면서도 교통도 좋고 파리 특유의 운치있는 분위기가 있어서 파리에서 가장 좋아하는 동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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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위치
생 미셸과 생 제르맹 지역은 지하철 4호선과 10호선이 지나갑니다. 지하철 4호선은 Saint-Michel(생 미셸)역, Odeon(오데옹)역, Saint-Germain-des-Prés(생 제르맹 데 프레)역, Saint-Sulpice(생 쉴피스)역이 이 지역을 지나가고,
지하철 10호선은 Cluny-La Sorbonne(끌뤼니 라 소흐본)역, Odeon(오데옹)역, Mabillon(마비용)역이 역시 지나갑니다.
그리고 RER B,C 환승역인 Saint-Michel Notre-Dame(생 미셸 노트르담)역도 역시 지나갑니다.
위의 지도는 이번 파리 방문 때 갔던 생 제르맹 대로 주변 지점들을 표시해 보았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노트르담 성당과 이번 파리 여행에서 가본 서점들을 다뤘고, 음식점과 카페는 별도 항목으로 소개할 예정입니다.
생 제르맹 대로를 중심으로 펼쳐진 이 지역은 세부지역별로 조금씩 특성이 다른데, 가장 서쪽 생 쉴피스역과 생 제르맹 데 프레역, 마비용 역 사이 부근은 명품 매장과 유니클로, 애플 스토어 등 쇼핑할만한 곳들이 많은 편이고,
마비용 역과 생 미셸 역 사이는 음식점과 영화관, 일반적인 로드샵 등 번화가 분위기이며, 생 미셸역부터 아래로 끌뤼니 라 소흐본역을 지나 소르본 대학까지는 대학가라 서점이 특히 많이 보입니다.
3. 노트르담 성당 / 셰익스피어 & 컴퍼니 서점
파리 시청 앞 광장에서 노트르담 성당까지는 다리 하나로 바로 이어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노트르담 성당에서 다시 다리를 건넌다음 바로 오른쪽으로 꺾으면 멀지 않은 곳에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서점이 나옵니다. 다리를 두 개나 건너야 하지만 의외로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 밖에 되지 않는 가까운 거리였습니다.
시청에서 노트르담 성당이 있는 시테섬으로 가는 다리. 오른편이 시테섬이고 정면은 시테섬 옆에 있는 좀 더 작고 조용한 동네로 이루어진 섬인 생 루이 섬입니다.
노트르담 성당 앞은 5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았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핫한 길들은 몇 년만 지나면 식상해져서 쇠퇴하고 잊혀져가는데, 예술적으로 뛰어나고 규모가 큰 유명한 건축물은 천 년이 되어도 계속 사람들이 찾아주는 게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화재 때 유난히 더 사람들이 안타까움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는 1919년에 생긴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서점으로 원래는 Le Mistral(르 미스트랄)이라는 이름이였는데, 셰익스피어 탄생 400주년인 1964년에 현재의 이름으로 변경했다고 합니다.
프랑스어 책을 파는 다른 서점과는 다르게, 이곳은 영문학 및 영어책을 파는 곳으로 유명했고, 영어 특성상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접근성이 좋아서 서점이지만 서점이지만 왠만한 관광지 수준으로 엄청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내부가 꼭 옛 청계천에 있던 헌책방같이 비좁은 길 양편으로 책들이 가득 들어서있는데, 넓지 않은데 개미굴같이 여러방향으로 통로가 나있어서 들어갔다 다시 나가기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좁은데 구경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사진 촬영을 금지하고 있어서 내부 사진을 담아오지는 못했네요.
셰익스피어라는 이름답게 소설, 인문학 위주의 책들이 많아서 그림이나 사진 많은 책을 좋아하는 저는 볼 만한 책이 별로 없긴 했지만, 옛스러운 느낌과 다락방 같은 2층 공간 등 있어서 그 분위기는 정말 새롭고 좋았습니다.
서점 옆에는 카페도 함께 운영하고 있는데 여기도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인기장소였습니다.
4. Gibert Jeune 서점 / Taschen 서점 파리 지점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에서 생 미셸 역 방향으로 이어지는 골목을 지나면 먹자골목으로 들어섰는데요.
생 미셸 역 부근이 음식점이 워낙 많긴한데, 이쪽 골목은 약간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곳들인지 유일하게 프랑스에서 호객행위하는 음식점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ㅎㅎ
그리고 먹자골목을 나와서 또 우연히 발견한 Gibert Jeune(지베흐 죈느)라는 어느정도 규모가 있어보이는 서점이 보여서 들어가 보았습니다. 이 서점 또한 1888년에 생긴 역사가 있는 서점이라고 합니다.
Gibert Jeune는 또한 자매격 브랜드인 Gibert Joseph라는 브랜드와 함께 운영되고 있는데 프랑스 전국에 40개 매장이 있다고 하네요.
면적 자체는 그렇게 넓은 건 아닌데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까지 다섯 개 층으로 운영하고 있어서 상당히 많은 책들을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우리나라 교보문고와는 다르게 내부 시설이 그렇게 깔끔하지는 않은 약간 옛 느낌이 나는 곳이였습니다. 옛날 초등학생 때 부모님과 함께 종로서적 이란 곳을 가본 적이 있는데, 거기가 약간 오래된 느낌에 여러 층으로 구성되어 있던 걸로 기억하는 데 어렴풋하게 그곳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넓은 매장 규모답게 책 종류가 다양해서 구경하기에는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보다는 훨씬 나았습니다.
특히 정치와 국제 정세쪽 책들이 워낙 많아서 놀랐는데, 옛날에 한끗발 날렸던 프랑스인들의 국제사회에 대한 관심과 현재까지도 영향력을 발휘하고 싶어하는 열망이 보이는 듯 했습니다.
타셴(Taschen) 매장도 역시 우연히 발견한 곳인데, 원래는 최근에 교보문고에서 외국 서적 코너를 구경하다가 알게된 출판사 이름인데 신기하게도 이렇게 타셴 책만 취급하는 직영매장이 따로 있더라구요.
독일 출판사인 타셴은 특히 사진, 건축, 예술분야에서 유명한 출판사라고 합니다. 그냥 출판사인 줄 알았는 데, 이렇게 타셴 책들만 전문적으로 파는 매장이 있는 것을 보면 세계적으로 많은 독자층이 있나 싶어 한결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내부는 정갈하고 차분한 분위기인데, 작은 책들도 있지만 사진이 큼직큼직하게 담긴 하드커버 책들이 많아서 눈길을 끄는 책들이 많았습니다.
여기에는 'Inside North Korea'라는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보기 어려운 북한의 도시와 생활상을 보여주는 사진이 담긴 책도 있습니다.
북한과 바로 붙어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오히려 접하기 힘든 게 북한의 생활인데, 오히려 먼 서양에서 북한의 모습을 더 자세히 볼 수 있다는 게 어떻게 보면 아이러니하네요.
보면서 우리가 북한과 정치적으로는 관심이 있지만 주민들이 어떻게 사는지는 별 관심이 없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여러 느낌을 들게 하는 책이였습니다.
그리고 가장 충격적인건 '성(性)'에 관한 책들인데, 은근하게 표현한 예술적인 누드집은 물론이요, 너무 대놓고 전신을 드러낸 누드집도 있고, 'Butt Book'이니 'Big Penis Book' 이니 하는 특정 신체 부위를 묘사한 듯한 책도 있고, '남자를 위한 레즈비언' 이라는 LGBT 주제의 책 등 소재 뿐만 아니라 표지자체도 아주 도발적인 책들이 너무 아무렇지 않게 전시되어 있더라구요.
'난 정말 예술을 탐미하는 사람이야.' 이런 마인드가 아니면 남들 있는데서 펼쳐보는 게 민망할 것 같은데,
유럽, 그 중에서도 프랑스가 확실히 성에 대해서는 꽤 개방적인 것 같습니다.
< 노출이 있는 부위는 자체 필터링 했습니다...>
이렇게 다들 사진, 그림 위주의 책들이라 크기도 크고 질도 좋지만 가격도 당연히 다들 비쌌는데요,
그 중에 유일하게 아래에 'La Terre et Moi'(지구와 나) 라는 책이 10유로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어서 기념으로 하나 샀습니다. 우리를 둘러싼 세상, 우주, 지구, 생태계, 환경, 그리고 디지털 등 10가지 테마를 주제로 아기자기한 일러스트와 함께 이야기하고 있는 책입니다. 가운데에 종이를 돌릴 수 있게 되어있는 꼭 어린이 책같은 구성도 그렇고 다루고 있는 주제가 막 짬뽕되어 있는 듯한 구성도 그렇고 참 특이한 것 같습니다.
5. 그 밖에 지나친 서점들
길을 가다보면 앞에 매대에 책들을 쌓아놓고 세일하는 서점들도 은근히 보였는데요. Boulinier라는 서점은 이렇게 책과 옛 LP판 등을 싸게 파는 곳이였습니다. 두 권에 10유로부터, 하나에 1유로, 0.2유로 같은 파격적인 가격에 파는 것들도 있으니, 프랑스 책에 관심있는 분들은 가볼만 하실지도 모르겠네요.
앞의 서점들보다는 규모가 작은 동네서점 분위기를 띄는 곳들도 많은데, 이미 영업을 마감한 이 곳은 정사각형 모양에 삼면이 책으로 둘러싸인 모습이 꼭 큐브같아서 인상적이였습니다. 상호를 보건대 고서를 전문으로 파는 곳 같습니다.
그 밖에 사진으로 담지는 못했지만 현대적인 시설을 갖춘 서점으로는 Fnac(여기는 전자제품도 함께 취급합니다.)과 BHV 백화점의 서점 코너도 독립적인 서점 규모를 유지하고 있어서 부담없이 구경하기 좋은 곳들입니다.
이렇게 파리의 서점은 한국 대형서점에 비하면 쾌적성은 낮지만 다양한 주제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개성있는 서점들이 많아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관광코스로 돌아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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