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 16. 00:25ㆍ외국여행/2019.02~03 - 프랑스 독일 26일
디데이 해변 - 골드 비치(Gold Beach)
노르망디 디데이 해변 여행 둘째 날 오후,
캐나다 군이 상륙한 주노 비치(Juno Beach)에 이어 디데이 해변 관광의 마지막 코스로 가장 가운데에 있는 골드 비치(Gold Beach)를 방문했습니다.
골드 해변은 6월 6일 노르망디 상륙이 최초로 이루어진 이후 추가적인 병력 및 물자를 신속하게 수송하기 위해 건설한 조립식 항구가 있었던 곳으로 유명합니다.
멀베리 항구(Mulberry Harbour)라고 불리는 이 항구는 오마하 해변과 골드 해변 두 군데에 각각 멀베리 "A", 멀베리 "B"라는 이름으로 지어졌는데, 오마하 해변에 있던 멀베리 "A"는 6월 19일에 몰아친 기록적인 폭풍으로 심각하게 파손되어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 반면, 골드 해변의 멀베리 "B"는 비교적 온전히 유지되었다고 합니다.
원래는 3개월 정도 사용할 내구도로 부설되었는데, 이후 보강작업을 거쳐서 상륙작전이 이뤄진 D-Day로 부터 약 10개월 간 250만명의 사람과 차량 50만대, 4백만 톤의 보급품 등 막대한 인력과 자원이 수송되어, 벨기에 엔트워프 항을 되찾을 때 까지 그 역할을 다하여 2차세계대전을 마무리하는 데 큰 역할을 하였습니다.
그 뒤 골드 해변의 멀베리 항구는 철거되었으나 일부 잔해가 아직까지 해변에 남아있는데,
골드 해변 중 Arromanches-les-Bains(아로망슈-레뱅, 또는 아로망슈) 마을에 위치해 있어 2차세계대전 테마 관광지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습니다.
이 아로망슈 마을에는 멀베리 항구 뿐만 아니라, 이 항구가 있었던 것을 기념하기 위해 지어진 오래된 박물관과 360 스크린으로 즐길 수 있는 노르망디 전투 영상관 등이 있어 작은 마을이지만 알찬 볼거리가 있고, 마을 양 편에 있는 해안절벽 위로 올라가면 멀베리 항구와 마을,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멋진 경치도 구경할 수 있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멀베리 항구가 있는 아로망슈는 대중교통으로 가기 다소 불편한 곳에 있습니다.
BusVerts에서 운행하는 74번 버스가 바이외(Bayeux)에서 아로망슈를 거쳐 주노 비치가 있는 Courseulle-sur-Mer(꾸흐쇨르-쉬흐메흐) 버스가 다니기는 하나 농어촌 버스 같은 개념이라 하루에 운행하는 횟수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저는 버스 시간표를 인터넷에서 미리 확인해서 버스 시간에 맞춰 일정을 마련했는데요. 주노 비치에서 1시 반에 출발하여 아로망슈 360 영상관에 2시 경에 도착했고, 6시 경에 바이외(Bayeux)로 가는 버스를 타고 돌아가기까지 4시간 정도 머물렀습니다.
이 버스는 거리비례 요금제로 버스에 탑승하면 기사 분이 행선지를 물어보는데 이 때 행선지를 말하고 그에 맞는 요금을 지불하시면 됩니다. 작년(2019년) 기준으로 2.1유로 요금이 나왔네요. 아로망슈에서 바이외까지는 30분 정도, 주노 비치에 있는 Courseulle-sur-Mer에서 아로망슈까지는 25분 정도 소요됩니다.
자세한 교통정보는 지난 번에 올린 디데이 해변 관광안내 글을 참고해주시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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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망디 상륙 영상관(Arromanches 360)
주노 비치에 있는 Courseulle-sur-Mer에서 13시 반에 버스를 타고 골드 비치의 관광 중심지인 아로망슈로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길에 작은 마을들과 농경지들이 있는 구릉지대를 통과해 지나가는 풍경이 참 예뻤는데, 특히 평원 너머로 나무들이 일렬로 늘어선 풍경이 버스 안에서 이동 중에 흔들려서 찍힌 걸 감안해도 그럴 듯하게 잘 나와서 기분이 좋네요~
Arromanches 360은 2차세계대전 관련 프랑스의 유명한 박물관 중 하나인 캉 전쟁기념관(Mémorial de Caen, 메모리얼 드 캉)에서 함께 운영하고 있는 영상관입니다. 아로망슈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있는 이곳은, 노르망디 상륙을 주제로 한 당시 촬영된 약 20분 길이의 영상을 볼 수 있는데요. 크진 않지만 9개의 스크린으로 360도로 펼쳐진 영상이 주는 현장감이 매력적인 곳입니다.
입장료는 6.5유로인데, 인근 지역의 호텔이나 관광안내소, 박물관 등에 보시면 할인쿠폰이 비치되어있는 경우가 많아서 할인해서 들어가실 수도 있습니다. 저는 할인쿠폰으로 5유로로 입장하였습니다.
그 밖에 자세한 관람 정보는 아래 사이트를 찾아주시면 되겠습니다~
https://www.arromanches360.com/
마을로 접어들기 전인 'Cinema 360' 정류장에서 하차하시면 바로 위 사진의 장소, 바로 앞으로 세워줍니다. 바닷가 뒤 언덕 고지대에 마을과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장소에 있어서 탁 트인 시원한 풍경이 일품인 곳입니다. 지금은 전망대로 사용되는 포탑, 그리고 항구로 사용되었던 바닥 철판 구조물 등 전쟁 당시의 흔적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아로망슈 마을쪽이 내려다 보이는 해안가에 바로 멀베리 항구의 흔적이 보입니다. 이 때는 물이 많이 차있어서 구조물이 반쯤만 모습을 내밀고 있었습니다.
주차장에서 영상관 입구까지 한쪽에는 노르망디 상륙과정이 담긴 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
영상관은 벙커를 흉내낸 듯 야트막한 모습으로 반쯤만 바깥으로 노출된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면 그리 크지 않은 대기공간이 보이는데요, 하지만 기다리는 동안 심심하지 말라고 당시에 촬영된 영상과 몇 가지 모형과 전쟁유품 등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영상은 20분 정도로 길지 않으니 영상 시작시간을 놓쳤다면 주변 구경을 하거나 반대쪽 입구로 들어가 아래에 소개드릴 기념품 매장을 둘러보시면 시간이 훌쩍 지나갑니다.
영상관은 다른 영화관과는 다르게 의자가 없이 손으로 짚을 수 있는 난간 정도만 있는 단순한 형태로 되어있습니다.
왜 이렇게 불편하게 만든걸까 싶었는데...
9개 스크린이 때로는 파노라마처럼 연결되어, 때로는 서로 다른 영상들이 중첩 또는 대비되서 나오는지라 한 화면만 고정해서 보면 안되고 여기저기 고개를 돌려 보아야하기 때문에 서서 보게 되어있는 것이였습니다.
노르망디 상륙부터 파리 탈환까지 시기의 전쟁 현장의 흑백 영상이 웅장한 서라운드 사운드와 조합되어,
상업영화처럼 화려하게 촬영된 영상이 아님에도 상당히 현장감을 느낄 수 있었고,
특히 보병의 진군과 항공 폭격 등 서로 다른 영상 두 세가지가 앞쪽과 뒤쪽에 이리저리 번갈아가면서 나올 때는
긴박한 전쟁 현장의 분위기가 생생하게 전해져서 소름이 막 돋았습니다!
밋밋하게 촬영되었을 당시 기록영상이 웅장한 사운드와 복잡 다단한 신(Scene) 편집 만으로 상업영화 못지않은 퀄리티로 되살아나서 짧지만 강렬한 기억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일반 영화에 비교했을 때 상영시간 대비로 따지면 약간 비싸긴 하지만, 독특한 구성이 유니크해서 전쟁 영상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강추하고 싶은 곳입니다!
영상관을 나오면 기념품 매장이 나타나는데요. 왠만한 대도시 유명한 박물관 기념품 매장보다도 더 시설이 좋고 상품이 많아서 놀랐네요. 특히 바깥 벽면 전체가 유리로 되어있는데 아로망슈 마을과 멀베리 항구가 있는 바다 전경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습니다. 기념품 매장 중에서 뷰는 단연 최고인 듯ㅎㅎ
바로 전까지 영상관에서 쿵쿵대는 전쟁 영상을 보다가 갑자기 이런 곳으로 나오니까 평화가 찾아온 듯한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2차세계대전과 관련된 잡다구리한 모든 게 있는 듯한 다양한 상품들이 있어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어린이용 책이나 장난감 등도 있고, 노르망디 상륙작전이나 D-Day 문구가 새겨진 장식용 철제 판과 열쇠고리, 밀리터리 컨셉의 아웃도어 용품과 다양한 서적과 DVD 등 흥미로운 물건들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작년이 노르망디 상륙 75년이라 그런지 75주년을 기념하는 의류 등 굿즈들도 꽤 있었구요.
저는 다름아닌 책 쇼핑을 좋아하는지라 원래는 32.9유로인데 16.5유로로 반값에 후려친 책이 눈에 띄어서 기념으로 한 권 샀습니다. 나온 지 좀 된 책이라 재고떨이를 하는 듯 ㅎㅎ 노르망디 상륙작전부터 파리 탈환까지 시기의 전투와 사회모습을 담은 자료집입니다.
약간의 설명과 곁들여져서 전쟁 당시의 현장이 그대로 느껴지는 사진들과 각종 군수품, 신문 등 관련 자료들이 빼곡히 인쇄되어 있어 프랑스어를 잘 몰라도 크게 상관없었구요. 특히 재미있는건 보통 어린이용 책에나 있을 법한 책 사이사이에 끼워져 있어 꺼내볼 수 있는 각종 부록들이 있다는 점이였습니다.
신문, 책자, 메뉴판, 포스터 등 약 10종의 1944년 당시에 있었던 물건들이 끼워져 있는데, 옛날 느낌을 내려는 듯 꼬깃꼬깃하거나 색이 바래고 때가 탄 질감을 디테일하게 묘사하고 있어서 꼭 박물관에서 유물을 직접 손으로 만져보는 듯한 손맛이 느껴집니다. 특히 인상적이였던 건 미군, 영국군이 프랑스에서 작전하기 위해 필요한 기초 프랑스어 회화 책자였는데, 외국 파병간다면 정말로 저런 준비까지 해야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유럽 주요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기념품인 기념 지폐. 어딜 가나 동일한 규격으로 생겨서 박물관마다 하나씩 사가는 수집하는 재미가 있는데요. Arromanches 360은 캉 전쟁기념관과 동일한 곳에서 운영해서 그런지 동일한 기념지폐를 여기서도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 영화 장면이 생각나는 상륙선에 타고 있는 군대의 모습이 프린팅 되어있는데,
특히 이 기념지폐는 노르망디 상륙 75주년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어서 더 특별한 가치가 있는 듯 합니다 :)
멀베리 항구
Arromanches 360 영상관에서 아로망슈 마을로 내려가는 내리막길도 예뻤습니다.
중간중간 마을과 멀베리 항구가 내려다 볼 수 있는 벤치, 그리고 뜬금없다 싶으면서도 전쟁이 있었던 현장임을 보여주는 낡은 전차까지, 2차세계대전 테마 관광지 분위기가 물씬 느껴집니다.
요 마지막 내리막길을 지나면 아로망슈 마을로 접어들고 박물관과 해변가로 이어집니다.
처음 영상관에 도착했을때만 해도 반쯤 물에 잠겨있던 멀베리 항구 잔해들이였는데, 한 시간 여 시간이 지나고 나니 물이 저 멀리까지 빠져서 완전히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어째서 철거과정에서 일부 잔해들이 남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냥 녹슬고 이끼낀 미적으로는 전혀 볼품없는 덩어리임에도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역사적 현장으로서 그 상징성이 있어서인지 비수기 시즌임에도 멀베리 항구 잔해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관광객들이 꽤 많았습니다.
해변 가까이에 있는 잔해들은 철제 구조물로 부두 잔교로 사용된 것들인 듯 합니다.
반면 더 멀리 바닷물에 위에 일렬로 줄지어 있는 잔해는 콘크리트 방파제였다고 합니다.
상륙 박물관(Musée du Débarquement)
멀베리 항구가 있는 해변가 바로 옆에는 노르망디 상륙 전투 뿐만 아니라 멀베리 항구를 통해 대량의 병력, 물자가 수송된 장소라는 상징성을 살려 건립된 상륙 박물관(Musée du Débarquement)이 있습니다.
디데이 해변 주변으로는 노르망디 상륙 관련 공립, 사립 박물관이 정말 많은데요.
전쟁사와 밀리터리 등 비슷한 주제를 다루고 있어 다 똑같은 듯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로 다른 테마를 추구하는 차이점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상륙 박물관은 다소 오래되어 보이는 외관이 특징이였는데요, 대도시의 유명 박물관에 비교해서 리뉴얼이 자주 되지않는 시골에 있는 오래된 박물관에 들어가는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실제로도 노르망디 상륙과 관련된 지역 박물관 중 가장 처음으로 1954년에 개관했다고 합니다.
입장료는 8.2유로인데, 여기도 바이외 태피스트리 박물관에서 할인쿠폰이 있습니다. (막상 가져가놓고 제대로 확인안해서 쓰지도 못하고, 구경 다 끝나고 나와서 확인해보니 바로 여기 할인 쿠폰이였더라구요 ㅎㅎ)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니까 별다른 입구 로비 없이 바로 전시물이 펼쳐지는데, 입구쪽에 티켓팅 직원 분이 있어서 표를 사고 내부를 구경했습니다. 한쪽에는 처칠, 루즈벨트, 드골 등 2차세계대전 원수의 사진, 다른쪽에는 각종 깃발 등이 빼곡하게 벽면을 장식하고 있어 넓지않은 공간에 상당히 많은 물건들을 전시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2000년대 이후 최근에 지어진 박물관의 여유있고 넉넉한 공간, 동선을 따라 걸으며 전달하는 명확한 스토리텔링, 세련된 조명 및 시각효과 따위는 없는 올드한 분위기가 딱 느껴지는데, 유치원 때 견학코스로 갔던 90년대 박물관, 과학관 느낌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올드해서 실망이라 해야하나 추억이 떠올라 좋다고 해야하나 어쨌든 첫인상이 꽤 강렬했습니다ㅎㅎ
뭔가 중구난방인 듯한 입구쪽을 지나고 나면 비교적 넓은 공간이 나오는데, 중앙에 가장 메인 전시 중 하나인 멀베리 항구 디오라마가 펼쳐져 있습니다.
제가 박물관가면 가장 좋아하는 구경거리 중 하나가 디오라마인데, 제대로 만든거랑 대충 만든거랑 퀄리티 차이가 워낙 극심하다보니 만족할만한 작품은 몇 없었던 게 사실입니다. 특히 우리나라 박물관에 있는 디오라마는 대개 어린이 취향으로 만드는 경우가 많아서 귀엽고 아기자기하기는 하나 디테일한 묘사는 떨어지는 때가 많았죠.
상륙 박물관의 멀베리 항구 디오라마는 기다란 부두를 그대로 축소한 듯 길게 늘어진 모습을 잘 재현해 놓았는데, 모형 차량이나 전차, 잔교의 모습이 생각외로 정교하고 깔끔해서 놀랐습니다.
처음 들어왔을 때 꾀죄죄한 모습에서 약간 실망감이 들었는데 디오라마에서 이런 반전을 보여줄 줄은 몰랐네요ㅎㅎ
상륙 박물관이라는 테마에 부합하게 멀베리 항구 만큼은 상당히 공을 들여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멀베리 항구 디오라마를 구경하며 맨 안쪽으로 가면 안에 작은 영상관이 나옵니다.
여기도 옛날 박물관의 특징인, 정확한 명칭은 모르겠는데 모형 세트위로 여기저기 위치에서 TV로 영상을 쏘는 그런 80-90년대스러운 분위기를 보여주는데, 어차피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상이여서 유치하지는 않아 나쁘진 않았습니다.
영상관을 지나 디오라마가 있는 반대쪽으로 진입하면 각 국가별 군복,휘장 등 복식을 비롯한 군수품들, 그리고 당시에 사용되었던 물품 등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쪽은 비교적 잘 전시가 잘 정돈되어 있고 각 군 별로 특색을 잘 드러나게 보여주고 있어서 재미있었습니다. 오전에 갔던 캉 전쟁기념관이 큼직큼직한 역사와 사회상 중심으로 전시가 되어있다면, 이곳은 상당히 자잘자잘하고 디테일한 물품들이 많이 소장되어 있어 하나하나 살펴보는 맛이 있습니다.
입구로 다시 돌아갈 무렵에 한 켠에 소박한 기념품 매장이 있습니다.
엽서나 피규어, 장난감, 책 등 2차세계대전을 테마로 한 박물관에 있는 물건들과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뭐 그냥 가볍게 둘러보고 나가려고 할 무렵 눈에 들어온 책이 한 권 보였습니다.
'Infographie de la seconde guerre mondiale'이라는 2차세계대전 관련 인포그래픽 책인데, 표지도 그렇지만 책 내부가 너무 디자인이 좋아서 고민하지 않고 당장 구매했는데요. 2018년 10월에 발간된 제가 여행 간 당시 기준으로는 6개월도 안된 따끈따끈한 신간이였습니다~ 여기서 뜻밖에 좋은 책을 발견해서 너무 기분이 좋았네요!
제가 샀던 것은 프랑스어 버전인데, 작년에 영어버전이 발간되었으니 관심있으신 분은 영어버전(World War World War II: Infographics)으로 찾아보셔도 좋을 듯 합니다. 이전에 이 책에 대한 리뷰 글을 남긴 적이 있으니 궁금하신 분은 아래 링크로 들어가보시면 되겠습니다.
상륙 박물관은 다소 올드한 전시구성과 분위기여서 첫 인상은 좀 생소하고 좋지만은 않았는데,
세밀하게 신경써서 만든 디오라마와 작지만 밀도있는 전시물들이 있어 생각보다 재미있게 구경하고 나왔습니다.
음식점도 가끔 허름한 맛집이 주는 정겨움에서 반가움이 느껴질 때가 있는데, 이곳도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들어갈때는 아 뭐 이런데로 데리고 왔어! 싶었는데 의외로 맛은 좋아서 만족하고 나오는 음식점 같이요 ㅎㅎ
망비외 곶(Cap Manvieux)
멀베리 항구와 박물관 구경을 마치고 나니 5시 정도 되었는데, 바이외로 가는 버스 시간까지 한 시간 정도 여유가 있어서
마을을 지나 반대편 해안절벽 쪽을 가보기로 했습니다. 이쪽으로 가다보면 바다를 향해 툭 튀어나온 지형이 있는데 여기를 망비외 곶(Cap Manvieux)이라고 부르는 것 같습니다.
시간 상 망비외 곶 끝까지 가지는 않고 중간 어느쯤 경치가 좋은 곳 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혹시 제대로 된 길이 없으면 어쩌나 싶었는데 다행히 비교적 잘 닦인 길로 이어져 있었습니다.
산책로 치고는 너무 반반하게 닦여져 있어서 왜 그런가 했더니 MTB 라이더들 다니는 자전거 도로였습니다.
마을에서 벗어난 곳인지라 혹시 너무 인적이 없으면 어쩌나 했는데 가끔씩 자전거가 지나다니는 걸 보니 왠지 안심이 되네요~
자전거 도로를 따라 쭉 올라가다가 점점 바다가 안보이는 쪽에 이르게 되면 거기서 길 옆에 있는 낮은 풀숲을 대충 헤쳐나가 절벽 끝으로 다다를 수 있게 됩니다. 망비외 곶 끝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여기서도 해안절벽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지금 점점 물이 빠지고 있어 절벽 아래의 모래밭이 노출되어 있었는데, 물이 끝까지 들어찼을 때 왔으면 절벽과 파도가 어우러지며 더 멋있는 풍경이 펼쳐졌을 것 같습니다.
멀베리 항구의 방파제 잔해가 선명히 보입니다.
위 사진 앞으로 튀어나온 부분이 망비외 곶인 듯 합니다. 줌을 당겨보니 앉을 수 있는 벤치같은 것도 보입니다.
점점 더 좋은 앵글을 잡기 위해 한 발 한 발 내딛다 보니 진짜로 낭떠러지 거의 끝까지 갔는데,
바닷가라 바람이 많이 부는지라 서있기도 무서워서, 완전 엎드리다시피 앉아서 사진을 콕 남겨보았습니다.
그래도 위험한 데서 셀카 찍다가 죽는 사건이 종종 뉴스에 나오니까, 그래도 목숨을 건 짓까지는 하지 않게 최소한의 안전거리는 유지하긴 했는데, 그래도 지금 생각하면 참 아찔하네요 ㅎㅎ
어쨌든 여기가 여태껏 다닌 여행 장소 중 가장 스릴있는 곳이였는데, 앞으로도 위험한 곳 너무 욕심내지 않기로 하려구 합니다~
다시 내려가면서 아로망슈 경치를 만끽해봅니다. 반대편 언덕에는 처음 도착했던 Arromanches 360 영상관이 보입니다.
아까 전에는 저쪽에서 여기를 봤었죠~
시선을 좀 더 돌리면 아로망슈 마을을 너머의 해안가 마을도 보입니다. 드넓은 모래사장과 줄지어 있는 주택, 그리고 뒷편의 푸른 구릉지대가 어우러진 전형적인 유럽의 전원 풍경입니다.
노르망디, 디데이 해변 여행 마무리 소감
이렇게 3박4일(실질적으로 꽉찬 이틀) 간의 노르망디 2차세계대전 테마 여행을 마무리하였습니다.
부족한 시간이지만 그래도 주요 명소는 거의 다 둘러본 것 같아 아주 보람있었습니다.
유럽 하면 중세, 르네상스, 제국주의 시대의 우아함, 화려함, 아기자기함이 매력인 여행지로 인식하고 있고 저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이렇게 거칠고 투박하고 어둡고 치열한 역사가 있는 곳도 관광지로서 매력이 있고, 의외로 서양에서는 이런 곳도 많이 찾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구요.
그 동안 2차세계대전 내용을 책으로만 보면서 완전히 지나간 과거처럼 생각했지만, 박물관 입장료 안내에서 '참전용사는 무료'라는 문구를 보면서, 현재도 여전히 그 시대를 살았던 분들이 살아계시는 진행 중인 역사이기도 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현대 세계정세를 결정지은 가장 중요한 사건이면서도 그 동안에는 낯설고 남의 일로만 여겨졌던 2차세계대전에 대해서
이번 여행을 통해 직접 현지에서 느껴보며 현대 역사에 관심가지게 계기가 되었고,
그런 점 덕분에 이번 노르망디 디데이 해변 관광은 이번 여행에서 큰 의미가 있었던 시간으로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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