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 2. 01:38ㆍ외국여행/2019.02~03 - 프랑스 독일 26일
소 개
캉 메모리얼(Mémorial de Caen), 캉 전쟁기념관은 2차세계대전을 주제로 1988년에 개관한 박물관입니다.
1944년, 2차세계대전 시기 연합군이 프랑스를 탈환하기 위해 실행한 오버로드 작전(Operaition Overload)으로 노르망디 상륙 이후 캉 시가지를 두고 연합군과 독일군이 대대적인 전투를 벌였었기 때문에, 프랑스 도시 중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캉에 전쟁의 스토리를 기록하고 전쟁의 참상을 기억하기 위한 박물관이 세워졌던 것 같습니다.
그러한 상징성과 커다란 규모의 시설로 캉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이자, 프랑스 전체에서도 파리와 파리 인근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가장 인기있는 박물관 중 하나라고 하네요.
박물관은 총 세 개의 전시관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가장 메인 파트라 할 수 있는 2차세계대전 전시관, 그리고 나중에 새롭게 추가된 노르망디 상륙 전시관과 냉전시기를 테마로 한 '1945년 이후의 세계' 전시관이 있습니다.
또한 캉 북서쪽 외곽 신시가지 쪽 넓직한 부지에 자리잡아서 박물관 건물 주변으로 푸른 잔디와 숲이 있는 공원도 둘러볼 수 있는데요. '기억의 정원(Les Jardins du Souvenir)'라는 이름으로 미국, 영국, 캐나다 세 국가의 테마의 정원으로 조성이 되어있었습니다. 또한 공원은 박물관 지하와도 연결되어 있는데 지하에는 독일군 지하벙커를 재현한 공간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전쟁기념관이나 파리 앵발리드의 군사박물관과 비슷한 군사를 테마로 하고 있는 점은 비슷한데,
2차세계대전과 냉전시기를 포함한 현대시대만을 다루고 있으며,
또한 전쟁의 참상을 잊지말자는 평화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스토리여서 그런지
개인용 화기나 포, 전차 등 각종 무기류 전시의 비중은 매우 낮은 편이고,
군복, 보급품, 일지, 2차세계대전 시기의 전쟁과 관련된 각종 민간 상품, 미디어, 사진 등 좀 더 사회와 사람과 관련된 자료와 전시물들을 소장하고 있어, 당시 군인과 민간인들이 어떻게 생활했는지, 어떤 어려움이 있었고 버텨냈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따라서 캉 전쟁기념관은 무기를 전시하는 공간이라기 보다는 2차세계대전의 시대상, 사회상을 보여주는 데 좀 더 초점을 맞춘 곳이라고 이해하시면 좋을 것 같구요. 밀리터리 매니아 뿐만 아니라 당시 역사에 대한 사전지식 수준과 어른, 청소년, 어린이 등 연령대와 상관없이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 모두 두루두루 볼 만한 곳이라 생각합니다.
캉 전쟁기념관은 캉의 북서쪽 외곽에 위치해 있습니다. 캉 중심가를 지나는 2번 버스를 타고 북쪽방향 종점인 'Caen Mémorial'(캉 메모리얼) 정류장에서 내리면 바로 앞에 보입니다.
입장료는 성인 기준 19.8유로로 높은 편이나, 캉 역이나 관광 안내소, 호텔 프론트 등에서 할인쿠폰이 비치되어 있는 경우가 있으니 비용을 조금 아낄 수 있습니다. 제가 머물렀던 호텔에는 5유로 할인 쿠폰이 있어서 티켓을 살 때 쿠폰을 제시해서 할인을 받았습니다.
개장시간은 계절에 따라 다르나 보통 09:00~18:00까지 하고, 정기휴무일은 없으나 때에 따라 휴무하는 경우가 있으니 공식 사이트에서 확인하시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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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입구와 기념품 매장
아이보리빛의 정갈한 석재로 지어진 건물이 눈 앞에 나타났습니다.
현대적으로 지어진 신시가지 앞의 커다란 잔디가 있는 공원 내에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디데이 해변에서 보았던 미군묘지의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큰 규모의 건물답게 안으로 들어가니 광활한 내부에 비행기 모형과 노르망디 상륙 현장 사진 등이 있어 입구에서부터 2차세계대전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왼편이 전시관 입구이고, 맞은편은 정원과 지하벙커로 이어져 있습니다.
내부 시설 보강을 지속적으로 해서 그런지, 1988년에 개관했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않게 인테리어가 깔끔했던 게 아주 좋았습니다. 보통 지방도시에 있는 박물관은 파리 등 수도에 있는 곳보다는 시설면에서 조금 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은 전혀 그런 낙후된 느낌이 나지 않았네요.
건물이 넓어서 기념품 매장도 넓직했는데요, 밀리터리 테마, 또는 1920~40년대 레트로 스타일의 각종 문구와 필기구, 머그잔 등 각종 기념품들이 있었고, 특히 제가 갔었던 2019년은 노르망디 상륙 75주년이라 75주년을 기념하는 머그잔 등의 상품도 볼 수 있었습니다.
기념품 외에도 벽면에는 다양한 2차세계대전 관련 서적, 사진집 등이 있었는데, 2차세계대전은 서양에서는 가장 많이 다뤄지는 역사분야라 그런지 수많은 종류들이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2차세계대전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여기서 괜찮은 책을 발견하실 수도. 대부분 프랑스어 책이긴 하지만 잘보이게 앞으로 진열해 놓은 책들은 사진이나 그림 위주로 된 책들이라 프랑스어를 몰라도 보실만 합니다.(텍스트는 구글 번역기로 돌려봐도 되구요!)
2차세계대전 전시관
가장먼저 나선형으로 내려가는 회랑에는 베르사유조약으로 1차세계대전이 종료된 후 2차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까지의 평화시기, 하지만 그 이면에는 독일의 초인플레이션 및 나치당의 발호로 전쟁 일촉즉발로 치닫는 과정이 연대기 형태로 전시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1939년 전쟁이 터지는 시기부터 본격적인 넓직한 전시공간이 펼쳐지게 됩니다.
본격적으로 전시실로 들어서면 전쟁이 펼쳐진 듯, 2차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군의 복장과 화기, 방독면과 통신기구 등 각종 군수품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한편 전쟁 당시 민간에서 떠돌던 자료들도 있었는데요. 위의 사진은 주사위를 던져서 말을 이동시키는 보드게임이였는데, 전쟁으로 아내와 떨어져있어야 하는 한 군인의 입대부터 전투를 거쳐 무사히 집으로 복귀하는 과정을 그림으로 보여주고 있었구요.
아래의 세계지도 그림은 프랑스와 영연방 동맹의 광활한 영토는 붉은 색으로, 독일과 독일이 폴란드까지 점령한 영토는 검은색과 회색으로 작게 그려놓은 모습을 대비시켜서, '영프 동맹이 훨씬 강하니 우리가 승리할 것이다'라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불어넣어주고 있는 포스터였습니다. 실제로는 이 이후 프랑스가 독일에게 순식간에 점령당했다는 걸 생각하면 저때만 해도 굉장히 낙관으로 전망했다는 걸 알 수 있었네요.
파리가 독일군에 점령당하고 프랑스 전역이 위협받자, 필리프 페탱을 수반으로 독일과 협상을 통해 남프랑스 지역에 새로 세워진 친독일 정부인 '비시 프랑스'에 대한 내용도 한 코너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비시 프랑스는 샤를 드 골을 위시로 영국에 망명정부로 있던 '자유 프랑스'와 레지스탕스와 대비되어, 우리나라로 치면 '친일파'와 같은 매국노의 상징으로 전쟁 종료 후 페탱을 비롯한 비시 프랑스 주요 인원은 대대적으로 숙청되는 등 프랑스에서 비시 프랑스는 흑역사로 치부하는 듯 하나, 벽에 있는 설명을 보면 외국어라 정확히 해석은 안되지만, 박물관이라 그런지 부정적인 견해보다는 객관적으로 설명하려는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2차세계대전 시기의 프랑스 군 전투식량.
현재 전투식량이 주로 비닐로 포장되어 있는 것과 다르게, 캔과 종이박스로 되어있었네요.
독일군과 일본군이 최대로 진출했을 시기인 1941쯤의 전역을 표시한 지도군요.
2차세계대전 전시관의 주요 부분으로 나치의 학살, 제노사이드에 대한 부분도 비중있게 다뤄지고 있었습니다.
유대인 수용소와 잡아들이는 장면, 나치를 피해 숨어서 살던 안네 프랑크가 남긴 일기 등 끔찍했던 시기의 현장과
얼마나 학살당했는지 수치를 볼 수 있었습니다.
한편 다른 쪽은 독일과 정 반대의 일본군의 침략에 관한 내용이 있는데,
프랑스,독일 부분보다는 작은 비중을 갖고 있습니다만, 추축국의 일원으로서 일본군의 모습에 관한 자료를 볼 수 있었습니다.
1939년 이후로 전시관을 지나면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연도별로 전황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에 대한 지도와 설명을 스냅샷처럼 보여줍니다.
1943년 시기를 지나면, 연합군과 추축국의 대결이 날로 치열해져가는 시기, 군대 뿐만 아니라 민간사회까지 전쟁수행에 최적화되도록 세팅하는 이른바 '총력전(Total War)' 시기의 사회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선동의 대가로 유명한 요제프 괴벨스의 모습을 바탕으로, 민간 대상의 선전,선동 및 전시동원체제였을 때의 사회모습을 각종 포스터와 선전물 등 자료를 바탕으로 총력전 양상에서 민간분야 역시 철저히 전시체제로 돌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1944년 연합군의 승리로 기울어져 가는 시점부터는, 전쟁임에도 일상을 영위하는 시민들의 모습과 프랑스가 해방되고 기뻐하는 생생한 모습을 사진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에펠탑 앞에서 수영복 차림으로 여름을 보내는 남녀의 모습이 전쟁시기일지라도 중간중간 평온이 찾아온 시기에는 평범한 일상이 있었다는 점에서 약간 반전이 느껴졌네요.
전쟁의 막바지인 1945년.
연합국이 승전하고 나서 처칠과 드골, 스탈린이 나란히 근엄하게 앉아있는 그 유명한 사진과 독일이 점령당하고 나치 인사들의 집단 자살의 비참한 장면이 대비됩니다.
나치의 멸망, 그리고 원폭으로 잿더미가 된 나가사키의 모습을 끝으로 2차세계대전 전시가 마무리 됩니다.
노르망디 전투관
로비로 돌아가기 전 노르망디 상륙과 캉 전투를 담은 전시관 입구가 보입니다.
처음 보이는 넓은 공간에는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시간대별 전투상황을 타임라인으로 보여주고 있었고,
가운데 테이블에는 작전에 관한 도식과 상륙에 참전한 군대의 보급품이나 병사들의 유류품 등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노르망디 상륙 전시를 지나면 캉 전투 당시 및 종료 후 폐허가 된 도시의 모습이 보입니다.
냉전 전시
2차세계대전 전시관과 노르망디 상륙 전시관을 나와 입구로 돌아와 반대편으로 가면 1945년 이후의 세계, 냉전 시대 전시관으로 갈 수 있습니다. 중간 통로를 지나 박물관 내 음식점을 지나면 전시관 입구가 보입니다. 전시관으로 가기 직전 영상관이 있습니다.
그 전의 전시관과는 다소 이질적인 분위기의 냉전 전시관인데, 스푸트니크를 위시한 우주진출경쟁이 한창이던 1950~60년대의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냉전 초기의 미국과 소련의 경쟁을 비교해서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냉전시기의 전쟁인 6.25 전쟁과 베트남 전쟁도 한 면을 차지하고 있네요~
군사분야 외에도 우주경쟁과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상이한 사회모습을 세트장으로 만들어서 60~80년대의 발전하는 물질문명과 핵 전쟁 공포가 뒤섞인 복잡다단했던 사회상을 볼 수 있었고 레트로한 분위기가 잘 느껴져서 인상깊었습니다.
한 층 아래로 내려가면 냉전시기의 핵 무기 경쟁의 모습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핵 탄두 모형과 핵 전쟁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포스터 등을 볼 수 있습니다.
한 층 아래로 내려가면 독일의 분할부터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까지의 과정을 알 수 있고, 베를린 장벽 일부가 이곳에 전시되어있어 독일 통일의 분위기를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정원과 지하 벙커
다시 로비로 돌아와서 입구 반대쪽 출입구로 나가면 계단 또는 엘리베이터로 아래로 내려가 정원으로 갈 수 있습니다.
평화로워보이는 공원의 모습이지만, 전시관 아래의 화강암 암반 안에 지하벙커가 숨겨져 있습니다.
보도를 따라 걸어가면 지하로 내려가는 이정표가 보입니다.
넓다면 넓고 좁다면 좁은 기다란 공간이 나오는데, 어두컴컴해서 매우 비밀스럽고 숨겨져있는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지하벙커에 있던 집무실의 모습이 재현되어 있고, 그 밖에도 여러 전시물을 볼 수 있습니다.
오후에 버스를 타고 디데이 해변으로 가야했기 때문에 공원은 한 바퀴 돌지 못하고 지하벙커를 마지막으로,
2시간의 캉 메모리얼(캉 전쟁기념관) 방문을 마쳤습니다.
일정이 빡빡해서 9시 개장시간에 딱 맞춰서 들어갔는데, 버스시간에 늦지 않으려고 조금 페이스를 빠르게 해서 구경했음에도 결국 공원이나 주변부는 다 둘러보지는 못했네요. 그만큼 흥미로운 전시들이 많았던 것 같고,
특히 완전히 옛날 것이 아닌 80~90년 전, 할아버지, 할머니, 증조할아버지가 살던 시대라 가깝게 느껴지지만 정작 그 시대의 모습을 사진이나 실물이 남아있는 것이 거의 없어서 그 시절이 어땠는지 알기 힘들었는데,
이번 캉 전쟁기념관 방문을 통해 비록 장소는 다르지만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가 어떻게 살았는지, 어떤 시기를 보냈는지 이해할 수 있어서 더 새롭고 뜻깊었던 시간이였습니다.
프랑스 여행하실 때 노르망디 지역을 가게된다면 우아한 고성이나 미술관람도 좋지만,
우리세대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시대의 모습을 잘 담고 있는 캉 전쟁기념관을 가보는 것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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