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2. 8. 18:02ㆍ외국여행/2019.02~03 - 프랑스 독일 26일
뮐루즈 자동차 박물관의 개요와 역사
뮐루즈 자동차 박물관(Cité de l'Automobile)은 자동차 수집가로 이름높았던 슐룸프(Schlumpf) 형제의 컬렉션을 중심으로 1800년대 후반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일반 승용차와 경주용차, 슈퍼카 등 약 560대의 차량이 전시된 박물관입니다.
프리츠 슐룸프 형제는 1900년대 초부터 1900년대 말까지 살았던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스위스의 사업가로 1930년대에 뮐루즈 인근의 섬유 방적공장을 운영하고 2차세계대전을 거쳐 큰 성공을 하여 1970년대까지 와인산업 및 부동산 투자 등 다양한 사업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한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1961년부터 67년까지 500대 이상의 자동차를 집중적으로 수집했다고 하는데, 특히 부가티(Bugatti) 자동차는 세계 최대 대수를 보유하였습니다.
그들은 이 많은 자동차들을 보관하기 위해 1964년에 뮐루즈 시내 북쪽에 있는 방적공장 매입하여 개인 자동차 컬렉션 장소로 꾸몄는데, 이는 매우 비밀리에 조성하여 지극히 사적인 공간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수집한 이 자동차들이 현재는 박물관으로 대중에 개방된 이유는 상당히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1977년 섬유산업이 아시아지역(우리나라를 포함)으로 옮겨가게 되면서 사업이 어려워지자 공장 문을 닫고 직원들을 해고했는데, 이 직원들과 시민사회 운동가들이 파업에 돌입하고 이 뮐루즈의 공장으로 들이닥치자 드디어 베일에 쌓여있던 자동차 컬렉션이 세상에 공개되었다고 합니다.
이 컬렉션들은 여러 채권자들에 의해 매각되어 뿔뿔이 흩어져 공중분해될 뻔 하였으나, 1978년 프랑스 정부가 이 컬렉션을 '역사 기념물'로 분류하여 임의 처분을 막았고, 결국 1981년에 프랑스 국립 자동차 박물관 협회 (NAMAoM)가 컬렉션과 공장, 부지를 통채로 매입하여 1982년에 박물관으로 개관하여 대중에 개방하여 현재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슐룸프 형제는 이 과정에서 임금 체불과 세금 체납 등으로 평판이 바닥으로 떨어져 결국 프랑스에서 쫓겨나듯 떠나 스위스 바젤에서 말년을 보냈다고 합니다.
이렇게 이 자동차 컬렉션은 원 소유주였던 프리츠 형제의 행보를 보았을 때는 만들어진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고도 볼 수 있지만, 어쨌든 일단 만들어 놓은 컬렉션 자체는 큰 역사적 가치가 있었기 때문에 프리츠 형제의 수집욕이 결과적으로는 의도치 않게 대중사회에 일정부분 기여하게 되었다는 점이 아이러니하기도 합니다.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그들의 수집품에는 특히 부가티 자동차가 많았는데, 주로 독일과 프랑스, 그 중에서도 푸조, 르노, 시트로엔, 부가티 등 우리나라에서는 덜 대중화된(르노는 그래도 대중적인 편이지만요) 프랑스 자동차들이 많아서 자동차 좋아하는 분들께는 새로운 경험이 되실 수 있을 듯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광활한 공간에 펼쳐진 자동차들을 원없이 구경할 수 있어 눈이 즐거운 시간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뮐루즈 자동차 박물관은 뮐루즈 기차역 또는 시내 중심가에서 트램 1호선을 타고 Cité de l'Auto(시떼 드 로토)역에서 내려서 도보 3분 정도 거리에 있습니다.
- 오픈시간 : 10~17시(1~3월, 11월~12월) / 10~18시(4~10월) (자세한 시간대는 웹사이트를 참고)
- 휴무일 : 12월 25일 (그외 요일 상관없이 오픈)
- 입장료 : 14유로 (성인 기준)
https://www.citedelautomobile.com/en/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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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입구
자동차 박물관은 하천 너머에 있어서 다리를 건너가게 되는데, 공장건물을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어 외관이 상당히 특이합니다. 입구 부분은 자동차 형태의 구조물이 공중에 매달린 모습이 꽤 멋있고, 왼편으로는 공장건물이라는 느낌이 딱 떠오를만큼 단순한 디자인이지만 거대한 사이즈가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본격적인 전시관으로 들어서기 전 긴 통로를 지나가면서 자동차 본 네트 앞을 장식하는 장식(정확한 명칭을 모르겠네요ㅎㅎ) 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메인 전시관
'자동차 모험 공간'(L'Espace Aventure Automobile)이라는 이름의 메인 전시실로 들어오면 칸막이 없이 거대하게 펼쳐진 공간과 수없이 줄지어진 자동차들이 압도적인 모습을 자랑합니다. 이 자동차들과 건물이 다 개인 소유였다니 더 엄청나게 느껴집니다. (자동차 매니아라고 하는 이건희 전 회장쯤 되면 만들어봄직할지도 모르겠네요ㅎㅎ)
이 메인 전시관은 1800년대부터 현대까지의 자동차의 변천사를 알아볼 수 있게 시대별로 전시하고 있습니다. 여러 개의 복도를 지그재그로 다니면서 볼 수 있게 되어있었구요.
이 메인 전시관을 중심으로 각 사이드에 별도의 몇 개의 전시실들이 붙어있는 구조로 되어있습니다.
메인 전시관 바로 옆에는 이 박물관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슐룸프 형제를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1800년대 지동차의 초기 모델들은 마차의 형태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는게 특징이였습니다.
빗살무늬 바퀴와 높이 떠 있는 좌석, 마부 공간만 없을 뿐 마차와 비슷한 구조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목재와 도색, 가죽시트 등 고급스러운 소재로 외관을 꾸며 상류층이 이용하는 물건임이 느껴집니다.
1920년대로 들어오면 앞과 위에 덮개가 생기고 바퀴가 타이어가 씌워지는 등 마차와 현대적 차가 반반씩 섞인 듯한 모습으로 변화하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어린이용 꼬마 자동차. 1900년대 초중반에도 어린이 놀이용 자동차가 있었나 봅니다.
195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우리가 아는 현대적인 자동차 디자인의 구조가 완성된 것 같습니다.
이 이후로는 디자인 트렌드나 세부적인 요소에서 변화는 있지만 큰 차이는 없는 것 같습니다.
과거 SF영화에 나올법한 미래지향적 디자인의 자동차들~
메르세데츠 벤츠와 페라리 자동차. 문이 수직으로 열린다든가, 낮은 차체에 오픈카로 설계한 디자인적 개성이 돋보입니다.
뮐루즈 자동차 박물관 메인 전시관의 주요 수집품이 1960~70년대까지의 프리츠 형제의 컬렉션이다보니 대부분 80년대 이전의 자동차들이 주류를 차지하고 있고, 90년대와 2천년대 자동차는 비중이 낮은 편입니다.
부속관에 전시되어있던 오프로드용 경주용 자동차들.
중앙에는 자동차가 전복될 것 같이 위 아래로 빙글빙글 돌아가게 되어있는 장치가 있는데, 그냥 보여주기용이 아니라 놀이기구같이 안에 들어가서 체험할 수 있는 것이였습니다. 별도 요금은 없고 시간대가 정해져 있었는데,
제가 온지 얼마 안되었을 때 돌아가고 있는 모습을 구경했던 것이 마지막 타임이여서 한 번 더 구경해보고 싶었는지 그러지 못해서 아쉬웠네요.
전시공간이 워낙에 넓어서 차가 돌아다녀도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 아니나다를까 넓은 전시관을 한 바퀴 돌아다니는 투어차량이 꼬마기차처럼 다니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실내를 저렇게 차가 버젓이 다닐 생각을 하다니 조금 어이없는 실소가 나오면서도 재미있는 광경이였습니다ㅎㅎ
경주용 자동차관
경주용 자동차관은 좀 더 모던한 디자인으로 질서정연하게 자동차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현대적 자동차 뿐만 아니라 과거의 경주용 자동차들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부가티 컬렉션이 많은 만큼 최근까지 부가티의 대표 모델 중 하나였던 부가티 베이론(Veyron)이 전시되어있습니다.
이 부가티 베이론은 우리나라에서 무려 27억원의 가격을 자랑했다고 하는데, 페라리, 람보르기니 그 이상이라고 하네요.
부가티 브랜드는 여기서 처음 알았는데, 이름만 들으면 이탈리아 차인 것 같지만, 실은 프랑스 차 브랜드이고
인지도가 조금 낮아 그렇지 세계적인 초 럭셔리 브랜드라고 합니다. 지금은 폭스바겐 산하 브랜드라 제조원가 같은 거 신경 안쓰고 마음껏 만들고 싶은대로 하는 듯 ㅎㅎ
아래로 내려갈수록 우리와 익숙한 형태의 경주용 자동차인데, 옛날 것들은 이게 과연 얼마나 빠를까 싶을 정도로 장난감스러운 아기자기한 외관이 참 이색적이였습니다.
전시관 맨 끝 한 켠에 자리잡고 있는 자동차 경주 게임기들도 있습니다.
걸작 공간
세 개의 주요 자동차 전시관 중 마지막으로 걸작 공간(Espace Chef d'Oeuvre)을 방문했습니다.
여기에는 중앙의 메인 전시실보다 더 우아하고 미적으로 아름다운 자동차들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오토바이마저 조명빨 때문인지 근사해 보이네요~
나가는 길과 기념품 매장
메인 전시실을 나와 출구로 나가는 통로도 갤러리마냥 참 멋있게 디자인 되어있습니다.
나가기가 아쉬운 시간이였네요.
뭔가 조금 뜬금없어 보이는 듯한 자동차 기관과 내부 부품 전시들~
자동차 박물관이라 압도적으로 자동차 모형들이 상품들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어린이용 작은 장남감 자동차부터 피규어 수집가들이 좋아할 법한 고퀄리티 고가의 모형까지 다양한 가격대와 종류의 제품들이 있습니다. 주로 전시관에 있었던 빈티지한 모델이나 부가티, 르노 등 프랑스 브랜드 자동차 모형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 밖에 티셔츠나, 필기구, 책 등의 상품들도 다양하게 있습니다.
여행을 통해 많은 박물관을 다니면서 박물관마다 전시물의 희귀성과 오리지널리티가 강점인 곳과 정보의 제공과 구성력이 강점인 곳이 서로 다르다는 걸 경험적으로 알 수 있었는데,
뮐루즈 자동차 박물관은 전자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아주 가깝지는 않지만 프랑스에서 비교적 가까운 도시인 독일의 슈투트가르트에 있는 자동차 박물관인 메르세데츠 벤츠 박물관을 3,4일 후에 갔던 경험과 비교해보면 그 특징이 잘 나타났는데요.
메르세데스 벤츠 박물관은 자동차를 보여주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메르세데츠 벤츠라는 회사의 역사와 발전사를 보여주기 위한 목적도 있어서, 100년 간의 현대사 속에서 메르세데스 벤츠 회사의 발전과 맞물린 자동차 발전 역사가 층별로 구성되어 있어 상당히 짜임새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반면 뮐루즈 자동차 박물관은 자동차 컬렉션이 메인이다보니 자동차의 역사나 자동차의 공학적 구조, 제조공정 등 정보전달이나 다양한 테마로 한 공간구성은 약했고, 두 눈을 사로잡는 자동차 실물을 원없이 구경한다는 점에서 스케일이 크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 생각되었습니다.
저같은 일반인은 최대한 다양한 구경거리를 보는 것 만으로도 만족스러웠지만,
자동차 매니아나 관심이 많은 분들은 관심사가 자동차 모델, 공학적 설계, 디자인, 자동차 브랜드 등 세분화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박물관을 찾을 때도 이러한 특성을 알고 가시면 좀 더 후회없이 의미있는 방문이 되실거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저 개인적으로는 이번 프랑스 여행에서 목표로 했던 4대 교통수단 항공기, 배, 기차, 자동차 박물관을 모두 방문하는 도전과제를 성공했다는 점에서 의미있었고, 특히 뮐루즈에서 기차와 자동차 박물관을 하루 동안 모두 둘러볼 수 있어서 좋았고 보람있었다는 소감을 남기며 프랑스 여행 - 뮐루즈 관광기를 마칩니다.
다음으로는 프랑스-독일 여행 중 프랑스 파트의 마지막인 스트라스부르(Strasbourg) 방문기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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